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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날로그 - 매장 이야기

루미큐브 타일을 정리하며

by RE: 아날로그 2022. 9. 16.

낡은 루미큐브에서 멀쩡한 타일을 골라내기 위해 정렬을 해보려 한다.

 

이젠 입이 아플 정도로 자주 언급하는 할루젠다클스. 이 여섯 게임 중에서 한때 '머리 좀 쓰는 게임'의 자리를 오랫동안 지켜왔던 '루미큐브'가 있습니다. 일련의 규칙하에 자신의 타일을 먼저 모두 내려놓는 사람이 우승하는 게임인데, 적당한 타일 운과 잘 버무려진 셋 콜렉션(Set Collection) 감각으로 지금까지도 많은 보드게임 입문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국제 대회 WRC(World Rummikub Championship)도 3년에 한 번씩 열릴 정도로 전 세계 두뇌 스포츠로 자리매김하고 있는데, 안타깝게도 2018년 이스라엘에서 진행된 WRC를 마지막으로 팬데믹에 의해 연기되면서 다음 WRC가 언제 열릴지 아직 공지가 없는 상황입니다. 아무리 늦어도 2024년에는 WRC가 재개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아무튼, 그만큼 매장에서도 많은 사람이 루미큐브를 찾습니다. 한 차례 정비했을 때 낡은 루미큐브를 잠시 치워두고 새로운 루미큐브를 2부 준비해 지금은 사람들이 깔끔해진 타일로 게임을 즐기고 있습니다. 다만, 매장을 찾아주시는 손님이 늘어나면서 가끔 서너 테이블 이상에서 동시에 루미큐브를 희망할 때 문제가 생기곤 합니다. 조만간 루미큐브를 몇 개 더 갖춰 진열해두어야겠지만, 잠시 사용할 수 있는 루미큐브를 마련하기 위해 낡은 루미큐브 타일 중에서 상대적으로 문제가 없는 타일을 추려내 보기로 합니다.

 

보통 낡은 보드게임은 상태에 따라 완전히 폐기하거나, 게임 기획 및 디자인 활용을 목적으로 컴포넌트를 보관하거나, 그래도 상태가 괜찮고 게임성이 유의미하다면 매장 내 별도의 진열대(매장 기준 메인 진열대 뒤편 라인업, N-S라인)에 보관을 해두는 편입니다. 낡은 루미큐브의 경우 두 번째의 목적으로 타일을 보관하고 있었고, 그간 모여있던 낡은 루미큐브 4부의 타일을 한데 묶어 보관했다 보니 이 중 온전한 타일을 뽑아내기 위해 분류작업에 착수했습니다.

 

집념으로 모두 분류해낸 루미큐브 타일들. 이제 온전한 타일을 따로 분류하자...

 

카드 게임 중에 제법 역사가 있는 러미(Rummy)라는 게임이 있습니다. 태생이 멕시코냐 중국이냐를 두고 이야기는 많지만, 그만큼 전 세계에 널리 퍼져있는 게임이란 뜻입니다. 플레잉 카드를 이용한 게임이며,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처음에 7장 또는 10장의 카드를 받아 가장 먼저 자기 손에 있는 카드를 다 내려놓은 사람이 이깁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룰이라면, 아마 그것이 맞을 것입니다. 지금의 루미큐브(Rummikub)의 스펠링에서도 러미의 향취를 느낄 수 있습니다.

 

루마니아에서 살던 에프라임 헤르차노(Ephraim Hertzano)씨는 화장품과 위생용품 등을 제조하던 사람입니다. 루마니아는 냉전 시기 초 사회주의 정권이 들어서게 되었고, 사치스러운 돈놀이(도박)를 근절한다는 명목으로 모든 '카드' 게임을 금지했습니다. 헤르차노씨의 친구들은 플레잉 카드가 법적으로 금지당하자, 플라스틱을 다룰 권한이 있었던 헤르차노씨한테 찾아가 플라스틱으로 된 카드를 만들 수 있는지 의뢰했고, 이에 헤르차노씨도 비행기 폐부품을 재활용하는 공장과 연락을 나누며 숫자 타일을 만들었습니다. 나중에 그는 이스라엘로 망명하여 좀 더 많은 게임을 생산하였고, 그의 아들 미카 헤르차노씨가 미국에서 경영학을 전공하며 미국 시장을 공략하는 데에 성공해 지금처럼 루미큐브가 전 세계로 뻗어나가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사실은, 루미큐브도 그 뿌리가 러미에서 출발하였기에, 플레잉 카드의 전체 숫자(2~10, J, Q, K, A) 13개에서 착안해 루미큐브에서도 1부터 13까지의 숫자를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대신 루미큐브는 플레잉 카드 2덱이 들어간 게임이라고 보면 되겠지요!

 

4부의 루미큐브를 모두 분리한 후, 타일의 상태를 보고 온전한 친구들을 따로 빼내도록 합니다. 그래도 각각의 숫자 타일에서 네 개 정도는 멀쩡한 편이라, 비교적 상태가 괜찮은 2부의 루미큐브를 다시 퍼니백 안에 담아 보관하기로 합니다. 물론 비상용인데다가 조만간 새로운 루미큐브를 마련할 것 같지만, 가끔은 또각또각 타일이 쌓이는 소리를 들으며 생각을 정리하는 것도 기분 전환에 도움이 됩니다. 전체적으로 소독 한번 해서, 나중에는 컴포넌트 연구용으로 가지고 있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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