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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날로그 - 매장 이야기

보드게임의 천적, 간식

by RE: 아날로그 2022. 9. 4.

보드게임 카페는 '보드게임'을 즐길 수 있는 카페입니다. 흔히들 커피 전문점을 떠올리는 '카페'라는 단어지만, 카페라는 명칭이 방 또는 공간을 제공한다는 의미로도 사용되기에 기타 취미 및 테마를 메인으로 하는 '방탈출 카페', '사주 카페', '동물 카페(고양이 카페 등)'와 같은 맥락에서 보드게임 카페를 바라볼 수 있습니다. 그래도 보드게임을 하면서 대화를 나누는 일이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음료 주문으로 이어지고, 더 나아가 카페에 따라서는 과자와 먹을거리를 팔기도 합니다.

 

프랜차이즈 보드게임카페는 떡볶이와 치킨 등 본격적인 음식을 판매한다.

 

하지만 보드게임이라는 아이템 특성상, 오염과 파손에 취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수로 음료수를 엎질러서 게임판이나 카드가 젖었을 때, 단순히 '보기에 좋지 않아서'가 아니라 게임 내의 기능상으로도 문제가 생겨 사실상 버리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약 먹을거리를 판다면, 어떤 음식물이냐에 따라 게임 컴포넌트에 묻었을 때의 타격이 큰 경우도 있습니다. 저희 매장에서도 과자류를 판매하지만, 가능한 손에 양념이 묻지 않는 과자류로 구성하였습니다. 개장 초기에는 과자 메뉴에 프링글스도 있었지만, 소금기는 둘째 치고 기름기가 손에 너무 많이 묻어 카드를 오염시킬 우려가 있었기에 지금은 제외되었습니다. 좀 더 큰 규모의 보드게임 카페에서는 가끔 분식류 혹은 베이커리 메뉴를 판매하기도 하는데, 떡볶이 국물이나 생크림이 묻는다고 생각하면 정말 골치가 아플 것 같습니다.

 

그래도, 먹을거리를 완전히 배제하기는 솔직히 힘듭니다. 만화카페도 책에 음식물이 묻는 것만큼 치명적인 것이 없지만, 누가 뭐라 해도 만화책을 보며 먹는 김치볶음밥과 짜파게티는 별미입니다. 보드게임만화책공통점이 있는데, 이와 같은 아날로그 문화 콘텐츠는 적잖은 비용이 듭니다. 종류와 개수가 충분하지 않으면 고객의 만족도가 떨어지기에, 히트작은 물론 가능한 한 다양하고 많은 종류를 갖추려고 애를 써야 합니다. 사람의 손이 빈번하게 닿는지라 아무리 깔끔히 사용해도 물리적인 손상이 조금씩 생길 수밖에 없어서, 너무 낡았다 싶으면 동일한 제품이라 해도 다시 구입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보드게임의 경우 절판된 게임은 아예 구할 방법이 없기도 하고, 어느 정도 볼륨이 있는 게임의 가격대는 생각보다 높은 편이기도 하니까요.

 

최근 메뉴를 추가한 우리 매장의 스낵류 라인업. 어떤 스낵이 가장 인기있는지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콘텐츠의 유지비용을 위해서라도 보조적인 수입을 꾀할 수밖에 없고, 그런 의미에서 모순적이지만 저희 매장에도 스낵류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비교적 손에 묻어나오는 것이 없거나 적은 편인 칸쵸, 구운감자 등의 비스킷 계열 과자류를 선호하지만, 개점 당시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인기가 있었던 쫄병스낵과 포스틱은 메뉴가 바뀌는 과정에서도 살아남았습니다. 손님들께 물티슈를 같이 제공해드리는 편이고, 마침 손님들께서도 비교적 조심히 이용해주시는 덕에 손상을 겪은 적은 없지만, 과자 부스러기가 테이블에 와르르 쏟아질 때는 심장이 철렁할 때가 있습니다. 그래도, 보드게임에 미치는 영향과 판매량을 분석해 라인업을 정기적으로 검토하고 스낵류를 업데이트할 예정이니 앞으로도 게임을 하다가 입이 심심할 때 이따금 찾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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