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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날로그 - 매장 이야기

J-2열에 대한 고찰

by RE: 아날로그 2022. 8. 18.

2022년 7월 기준 디아날로그의 J-2열 게임 라인업.

 

*디아날로그 매장의 카운터 뒤편 라인업을 점검하는 시간을 가져보려 합니다.

*매장에서 플레이가 가능한 게임을 우선순위로 두기에, 룰 설명 난이도(잔룰 여부)와 대중적 인기가 반영됩니다.

*여기서 표기한 랭크와 웨이트는 BGG에서 비롯되었으며, 작성일 기준 2022년 8월의 지표임을 말씀드립니다.

 

 

# 프레타 포르테 / 2010 / Rank: 636 / Weight: 3.58 / 메인 메커니즘: 일꾼 놓기, 셋 컬렉션

패션 회사를 운영하는 경영 게임입니다. 매 분기 패션쇼를 위해 물류 라인을 구축하고 디자이너와 모델, 회계사를 고용해 컬렉션을 준비해야 합니다. 비즈니스 시뮬레이션을 잘 구현해두었기에, 자칫 너무 수학적 요소가 많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어느 정도 무게감 있는 게임에 익숙한 사람들한테는 무난히 소화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실제로 폴란드 중앙은행에서 경제 교육을 목적으로 게임 개발에 참여했다고 디자이너 이그나시 트제비체크씨가 블로그에서 직접 언급한 바가 있기에 더욱 의의가 있을 것입니다. 다만, 분기마다 플레이하는 양상이 다소 비슷해 후반에서 지루함을 느끼는 경우도 있으며, 그런 것에 비해 처음에 설명해야 할 각 단계와 아이콘들이 다소 많아 룰 및 아이콘 요약 시트로 정리해둘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그간 매장에서 플레이를 진행하지 못한 비운의 게임인데 날 잡아서 제대로 연구해봐야겠습니다.

 

 

# 퍼니 프렌즈 / 2005 / Rank: 2,212 / Weight: 2.27 / 메인 메커니즘: 핸드 관리, 경매

사춘기부터 성장하면서 온갖 막장 인생을 살아보는 게임입니다. 일반적인 보드게임, 아니 게임 전반적으로 통틀어서 이렇게까지 직접적으로 마약섹스, 불륜타락을 목표로 삼는 것을 찾기 힘들 정도입니다. 다만, 각자 목표 카드를 받고 시작할 때, 이 목표 카드끼리 충돌하면 게임에서 갈피를 잡기 힘들 때가 간혹 있습니다. 가령 '동성 연애자로 살아가기'로 시작해 '종교적인 깨달음'을 얻는 결론으로 향해가기 위해서는 다른 플레이어에 비해 성향을 급진적으로 바꾸는 어려움이 있지요. 인생이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고 하면 이해는 가지만, 엄밀한 전략을 통해 승리를 거두는 게임이라기보다는 테마가 주는 무시무시한 힘이 더 큽니다. 게임이 끝났을 때 자신의 캐릭터의 인생을 되짚어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하지만 테마가 워낙 과격한 만큼 손님들한테 함부로 추천하기 힘들어서, 이번 기회에 J열 진열대에서는 잠시 제외해두어야겠습니다.

 

 

# 캐니언 / 1997 / Rank: 4,789 / Weight: 1.58 / 메인 메커니즘: 트릭 테이킹

트릭 테이킹과 레이싱을 합쳐 만들어낸 간단한 카누 경기입니다. 레이싱 경기를 단순히 주사위를 굴려서 진행했으면 재미가 없었겠지만, 이를 카드를 활용해 제법 재밌게 풀어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 친구는 게임 박스의 크기가 커서 자연스럽게 J열에 올라와 있었는데, 결코 무거운 볼륨이 아니기에 앞쪽으로 꺼내와서 입문자들한테 추천해야겠습니다.

 

 

# 빅 북 오브 매드니스 / 2015 / Rank: 980 / Weight: 2.69 / 메인 메커니즘: 협력, 덱 빌딩

협력 게임은 언제나 필요합니다. 대결 위주의 게임에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 줄 좋은 방파제 역할을 해주기에, 보드게임카페에서 협력 게임은 더더욱 빛을 발하기 좋습니다. 그래서 이전에 소개한 좀비사이드나 데드 오브 윈터도 협력 게임이기에 앞으로도 매장에 계속 함께 진열하려 합니다. 빅 북 오브 매드니스는 개개인의 캐릭터와 덱의 구성에 따라 다양한 스타일로 위기를 헤쳐 나가며 광기에 휩싸인 저주의 책에서 소환되는 몬스터를 무찌르고 봉인하는 데 성공하면 승리하는 게임입니다. 협력 게임이 가끔 겪는 단점이 누군가의 일방적인 전략 진행 하에 게임이 끌려가는, 이른바 리더만 재밌고 나머지 플레이어의 재미가 줄어드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여기서는 개개인의 카드 풀이 다 다르게 주어지고 카드를 공유하는 풀이 따로 주어져 있어 비교적 소외되는 사람 없이 다 함께 고민하고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다만, 아직 한글화를 안 해뒀더니 손님들한테 잘 나가지는 못했습니다. 이에 반성하며, 한글화하는 것도 제 숙제로 담아두겠습니다.

 

 

# 투른 운트 탁시스 / 2006 / Rank: 483 / Weight: 2.26 / 메인 메커니즘: 네트워크 빌딩

2006년 SDJ 수상작입니다. 디자이너 안드레아 세이파스씨는 푸에르토 리코(2002)로도 유명한 작가이며, 이 작품에서는 그의 아내인 카렌 세이파스도 디자인에 참여했습니다. 각 지역의 카드를 모아 도시에 우체국을 짓는 방식이 티켓 투 라이드를 떠올리게 하지만, 그와는 분명히 다른 특수 능력다양한 점수 획득 조건으로 전략적 선택지가 한 단계 나아간 게임입니다. 티켓 투 라이드와 같은 네트워크 빌딩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한테 그다음의 볼륨으로 추천할 만한 게임입니다.

 

 

# 석기시대 / 2008 / Rank: 138 / Weight: 2.47 / 메인 메커니즘: 일꾼 놓기, 주사위

매장에서 정기적으로 모이는 T.A.G. 모임이 있는데, 모임에서도 일꾼 놓기 게임으로 자주 플레이하곤 합니다. 상트 페테르부르크(2004)로 유명한 베른트 브룬호퍼씨의 작품이기도 합니다. 일꾼 놓기라고 하면 보통 복잡하거나 어려워지는 게임을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그 중간에서 주사위를 적당히 녹여내어 비교적 가볍게 즐길 수 있습니다. 일꾼 놓기 게임이라면 룰 설명을 해야 하는 매장 입장에서 특히 아이콘 설명과 직관성을 따지게 되는데, 그런 조건에서도 제법 잘 부합하는 편입니다. 다만 타이밍 계산이 어느 정도 필요하기에, 순서가 꼬이면 행동을 날리게 되는 일도 있어서 적당히 생각할 거리도 주어집니다. 주사위 운을 싫어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매장에서 미디엄 볼륨으로 종종 제시되곤 합니다.

 

 

# 루나 / 2010 / Rank: 613 / Weight: 3.34 / 메인 메커니즘: 일꾼 놓기, 타일 배치, 영향력 등

지난 J-1열에 대한 고찰에서 언급된 디자이너 슈테판 펠트의 또 다른 게임입니다. 7개의 섬에 자신의 사제들을 배치해 액션을 하고, 자원을 모아 땅을 차지하는 게임입니다. 일꾼 놓기라고 했지만 다양한 요소가 섞여 있어 자원을 얻으랴 달의 여사제를 쫓아다니랴 정신이 없습니다. 세팅해야 할 것이 많아 다소 시간이 걸리며, 슈테판 펠트 게임다운 볼륨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격적인 상호작용이 있어 취향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과거의 미디엄-헤비 볼륨 보드게임에서 일꾼 놓기 게임이 비교적 많이 언급되는 편인데, 매장의 다른 일꾼 놓기에 비해 룰 설명의 복잡함과 더불어 선호도가 떨어질 듯하여 일단 J 진열장에서 빼볼까 합니다. 그전에 몇 차례 테스트플레이를 해보고 그래도 진열장에 남아있을 이유를 찾았다면, 이 작품도 룰 요약 시트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 슈트라스부르크 / 2011 / Rank: 1,129 / Weight: 2.74 / 메인 메커니즘: 일꾼 놓기, 영향력

이번에도 슈테판 펠트입니다. 하나하나씩 마련하다 보니 이렇게나 숱하게 보게 될 줄은 몰랐는데, 슈테판 펠트의 보드게임이 매장에 제법 있었네요. 버건디의 성, 루나, 요르빅, 슈트라스부르크에 이르기까지. 슈트라스부르크 자체는 버건디의 성이나 루나에 비하면 길이도 비교적 짧고 영향력을 분배해 어떤 임무를 수행할지를 고르는 미디엄 볼륨의 게임입니다. 위에서 루나를 제외할까 고민했었는데, 이쯤 되면 아예 매장에 있는 슈테판 펠트의 게임을 모두 테스트해보고 신중하게 골라봐야 할 것 같습니다. 공교롭게도 일꾼 놓기 장르가 많이 겹치는 데다가 펠트 씨의 특성상 테마는 거들뿐 매우 수학적이고 건조하게 느껴질 수 있는 요인이 있어 이 중에서도 안타깝지만 '지금 플레이하기엔 다소 낡은' 메커니즘의 게임은 진열장에서 물러나야겠습니다. 슈테판 펠트 모음집을 따로 포스팅으로 남겨두도록 하겠습니다.

 

 

# 실버 드워프 / 2000 / Rank: 5,847 / Weight: 2.51 / 메인 메커니즘: 동시 액션, 셋 컬렉션

솔직히 이 게임은 아직 플레이해본 적이 없습니다. 해외 바이어를 통해 보드게임 샘플 겸 선물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독일어 버전 그대로인데다가 아직 펀칭을 거쳐본 적 없는 새 제품입니다. 다행히도 한글화 자료 및 룰북을 인터넷에서 모두 찾아볼 수 있기에, 지금은 진열장에서 철수하지만 테스트플레이를 통해 게임을 한번 평가해봐야겠습니다. 해외의 리뷰를 살펴보니 플레이어끼리 미션을 확인하고 물가를 조정하는 내용이 있어, 매장에서 돌릴 만한 '경제' 게임이라면 긍정적으로 검토해보려 합니다.

 

 

# 버건디의 성 / 2011 / Rank: 17 / Weight: 3.00 / 메인 메커니즘: 타일 배치, 셋 컬렉션, 주사위 등

슈테판 펠트씨가 또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버건디의 성은 다릅니다. 펠트 씨의 대표작이며, 주사위를 굴려 눈금에 해당하는 타일을 가져와 배치하는 셋 컬렉션 게임입니다. 컴포넌트가 좀 많기에 타일뿐만 아니라 자원까지 세팅하는 것이 약간 부담스럽기는 합니다. 그래도 다른 '세팅이 복잡한' 게임들에 비해 종류별로 구분만 잘해두면 큰 어려움을 겪진 않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매장에 배치해둔 버건디의 성은 컴포넌트 트레이에 잘 정리해두기도 했고요. 슈테판 펠트 모음 테스트를 하더라도 버건디의 성은 굳건하게 매장의 한 자리를 차지할 예정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석기시대처럼, 유로게임의 볼륨감에서 적당한 주사위의 활용을 통해 재미를 잘 살렸으며, 심지어 펠트 씨 아니랄까 봐 주사위마저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내버려 두지를 않네요!

 

 

# 피렌체의 제후 / 2000 / Rank: 218 / Weight: 3.25 / 메인 메커니즘: 타일 배치, 경매

보드게임 디자이너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이름, 볼프강 크라머 씨의 작품입니다. 엘 그란데, 티칼, 젝스 님트, 토레스, 콜 바론, 링코(아브룩센) 등 매니아들이라면 모두 이름 들어봤을 게임들의 디자이너입니다. 그중에서도 피렌체의 제후는 크라머 스타일의 게임치고는 난이도가 어느 정도 있는 편입니다. 경매와 액션을 번갈아 가며 진행하는 과정이 제법 직관적이며, 쉬운 설명에 비해 플레이어 간 경쟁이 치열하고 매 라운드의 문턱을 넘기 위해 허덕이는 게임입니다. 치밀한 계획을 짜는 것이 중요하며 유로게임답게 승리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마련되어있습니다. 하지만 우회로를 바로 떠올리고 전략을 짜는 판단력은 보드게임의 입문자와 숙련자 간에 차이가 날 수 있어, 실력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 그룹이면 더욱 바람직합니다.

 

 

# 네이션즈 다이스 / 2014 / Rank: 956 / Weight: 2.00 / 메인 메커니즘: 주사위

정성스럽게 게임 속 아이콘을 골고루 깎은 주사위들이 들어있는 문명 테마의 게임, 네이션즈 다이스입니다. 이전 작품인 네이션즈(2013)를 주사위 버전으로 재구성한 보드게임이라, 이전 작품의 아이콘과 이미지가 많이 비슷합니다. 하지만 주사위를 메인으로 내세운 게임답게, 이전 작의 웨이트가 3.54라면 네이션즈 다이스는 2.00으로 훨씬 마음 편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문명 테마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보통 문명이나 국가 건설과 관련된 보드게임의 난이도가 높아 두려워하시는 분들을 위해 약간 긴장을 풀어주기 좋은 게임입니다. 플레이 타임도 한 사람당 10~15분 정도 소요되어서, 4인 플레이 기준으로 한 시간 이내에 게임을 끝낼 수 있습니다. 주사위를 굴려 얻은 요소로 타일을 구입하는 단순한 과정을 반복하지만, 문명 테마의 가장 강력한 장점인 '성장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기에 오히려 J열 보다는 앞쪽으로 가져와 라이트-미디엄 볼륨으로 소개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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