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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들(Tyndale)의 생각 공방

보드게임으로 독서 능력 키우기

by RE: 아날로그 2022. 8. 25.

(원문 스레드: https://boardgamegeek.com/thread/2920009/using-board-games-promote-reading)

최근 BGG의 포럼에서 여섯 살 아이를 둔 한 아이의 아버지의 글이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 내용을 가지고 와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이 아이는 보드게임을 좋아하고, 수학을 제법 잘하는 편입니다. 다만 학급에서 가장 어린아이인 탓인지, 선생님께서 아이가 여름 동안 충분히 스킬을 연습하지 않으면 학습 능력이 더뎌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이 말을 들은 아이의 부모님은 독서 능력을 끌어올릴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물론 부모님은 아이에게 강제로 책을 쥐여주고 읽으라고 명령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강제로 읽은 독서는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켜 아이가 책을 싫어하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아이가 평소에 보드게임을 좋아한다는 점을 이용해 조금 더 복잡한 게임을 가져와 보기로 합니다. 보통 복잡한 게임이라고 하면 집중력의 길이를 요구하거나 더 어려운 수준의 전략을 구성하게 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와 동시에 게임 내에서 읽어야 할 텍스트가 많은가의 여부도 관건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아버지는 아이한테 '마블 챔피언스: 카드 게임'을 소개했습니다.

 

마블 챔피언스: 카드 게임. 카드에는 각각의 능력을 서술한 텍스트가 있다. (출처: 다이브다이스)

 

마블 챔피언스는 모든 플레이어가 협력하여 빌런을 쓰러뜨려야 하는 덱 구성 롤플레잉 게임입니다. 다만, 각자가 선택하는 영웅에 따라 카드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카드에 있는 설명을 하나하나 읽으면서 플레이해야 합니다. 아버지는 아이한테 '네가 8살이 되기 전까지는 아마 이 게임을 시도하지 못할 거야, 왜냐하면 이 게임 또는 그 이상의 난이도의 게임은 충분한 읽기 스킬이 필요하기 때문이지'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보드게임 '러브 레터'를 샀다고 아버지가 아이한테 이야기했습니다. 마블 챔피언스보다는 쉬운 수준의 텍스트가 있기 때문에 다리 역할을 해 줄 보드게임일 텐데, 여기서 아버지는 한 수 더 나아간 재미있는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우선 러브 레터에 들어있는 카드 29장('러브 레터 - 스타워즈 자바의 궁전' 기준)을 1~2장씩 약 20세트로 나눕니다. 아이가 책을 읽은 후 책의 제목을 적어서 제출하면, 부모님은 책의 길이와 난이도에 맞춰 점수를 줬습니다. 아이가 10점을 모으면 나누어둔 세트 하나를 받을 수 있고, 총 200점을 모으면 전체 게임을 완성해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됩니다. 아이는 놀라우리라 싶을 만큼 책을 집중해서 읽고 포인트를 쌓아나갔고, 혹시나 혼자서 거짓으로 책을 읽었다고 말하는 일이 있을까 우려했지만 눈에 띄게 아이의 읽는 능력이 증가했다고 합니다.

 

러브 레터는 기본 룰을 중심으로 여러 가지 버전으로 파생되었다.

 

'게임을 플레이하기 위해서'라는 말에는 두 가지 요소가 들어있습니다. 단순히 200점을 채우기 위해서 책을 읽는다고만 했다면, 우려했던 거짓 독서가 발생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게임을 플레이하기 위해서 읽기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언급했기에, 아이는 카드에 적혀 있는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받은 포인트로 카드 한두 장을 받게 되면, 카드의 텍스트를 읽어보며 규칙을 조금씩 이해해나가기 시작했을 것입니다. 보상 체계에 허점이 없었기에 아이가 게임 카드를 얻기 위해 독서를 했다는 것 자체로 아이는 읽기 능력이 효과적으로 향상되었을 것입니다.

 

다만 우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다행히도 아이가 독서에 열의를 보였다지만, 그래도 '여섯 살' 미취학 아동한테 무리하게 독서를 시킬 필요 없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래도 어린 나이에 '문서로 적혀있는' 규칙을 읽고 이해하며 플레이한다는 점은 아이를 둔 보드게이머 부모님이라면 한 번쯤 꿈꾸는 이상향일 것입니다. 만약 아이가 책을 읽는 것을 힘들고 버겁게 느끼고 있다면, 반드시 '책'의 형태가 아니어도 읽기 스킬을 가르치기엔 충분합니다. 흔히들 그림책 또는 만화책을 아이가 읽게 하는 것처럼, 게임 속에 짧은 텍스트가 등장한다면 그것을 읽고 어떤 뜻인지 전달하는 과정으로도 아이는 텍스트에 한결 친숙해질 것입니다. '러브 레터'의 텍스트 정도면 짧고 간결하게 규칙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며, 만약 그마저도 길게 느껴진다면 비슷한 길이의 설명이 적힌 '아브라카 왓?'도 고려해볼 수 있고, 더 나아가 '옛날 옛적에'처럼 말을 많이 할 수 있는 보드게임을 선정해 이야기를 글로 적고 읽으며 복기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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