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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들(Tyndale)의 생각 공방

이 게임 정말 인기 많구나...

by RE: 아날로그 2022. 8. 7.

블로그에 다시 시동을 건 지 어느덧 두 달이 되어갑니다. 아직은 소소하지만, 누적 조회수가 1천이 되었고, 하루 방문자가 평균 6~7명, 가끔 최대 30명 이상도 방문하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자축하기엔 한참 부족하지만, 앞으로도 글을 계속 올리다 보면 더 많은 사람에게 보드게임과 관련된 정보를 전달하는 공간으로 알려지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봅니다. 블로그의 포스팅은 쓰면 쓸수록 소재가 늘어난다고들 하는데 그 이유를 어느 정도는 알 것 같습니다. 방문 통계 및 유입 경로를 확인할 수 있는데, 사람들이 어떤 키워드로 이 블로그에 검색하여 들어오는 것인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자주 찾는 키워드가 그만큼 인기 키워드겠지요.

 

다 빈치 코드로 가득한 유입 키워드

 

그리고 꾸준히, 매번, 과반의 키워드를 '다 빈치 코드'로 채우는 모습을 보곤 합니다. 우리나라의 대중한테 잘 알려진 보드게임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테고(제가 늘 '할루젠다클스'로 언급하는 게임 중 하나이니까요!), 그렇다면 다 빈치 코드를 검색하여 무엇을 알고 싶어 할까에 대해 조금 고민해봐야겠습니다.

 

다 빈치 코드는 게임 자체로도 여러모로 초심자한테 추천하기 좋습니다. 달리 말해, 게이머에 가까운 사람으로 넘어갈수록 오히려 단점이 부각될 수도 있습니다. 이전에도 '소거법' 장르를 언급하면서 다 빈치 코드를 이야기한 적이 있었는데, 사실 소거법 장르 중에서도 가장 소거법의 요소를 많이 희석한 게임이기도 합니다. 게임을 해보신 분들이라면 아실 겁니다. 첫 턴을 시작하는 사람은 첫 추리가 틀릴 확률이 높고, 자신의 정보가 먼저 공개되며, 다른 사람들의 숱한 추리 시도에 쓰러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시 말해, 초반의 '찍기'에 의한 게임 전개가 후반의 '소거법'에 의한 게임 전개보다 스노볼링이 크고 치명적입니다. 여기에 아무 숫자도 적혀 있지 않은 이른바 공백 타일(또는 조커 타일)의 존재로 인해, 추리를 한 번쯤은 더 틀릴 가능성이 생기고, 가끔은 억울한 패배를 당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에게 다 빈치 코드는 '즐거운' 게임입니다. 추리에 실패하면 자신의 턴 시작 때 획득한 타일이 공개되어야 한다는 룰은, 다시 말해 다른 사람이 숫자를 추리할 기회이기도 합니다. 그와 동시에 게임의 전반적인 템포를 빠르게 만들어주어, 매 판을 부담스러운 숫자 퍼즐보다는 즐거운 숫자놀이로 탈바꿈해줍니다. 비록 숫자 추리와 관련된 보드게임이지만, 스도쿠 퍼즐과 같은 논리력과 엄밀함으로 승부한다기보다는, 찰나의 판단에 맡기는 도둑잡기(트럼프 카드로 플레이하는, 조커 카드를 든 사람이 패배하는 게임)와 느낌이 비슷하기까지 한 단순한 게임이지요.

 

다 빈치 코드 이전의 형태인 가켄 사의 아루고( アルゴ, Algo)

 

이는 아마 의도적으로 재구성된 장치가 아닐까 싶습니다. 다 빈치 코드의 역사로 올라가 보면 일본의 교구 및 교육업 관련 회사 Gakken(가켄)에서 개발한 아루고(アルゴ, Algo)에서 시작합니다. 초등학생을 위한 논리 교구로 디자인되었으며, 아루고의 룰은 정확히 다 빈치 코드에서 조커 타일을 뺀 24개의 타일로 진행하는 게임과 똑같습니다. 여기에 가켄 사는 아루고를 활용한 숫자 퍼즐을 회사의 웹사이트에 올리거나, 별도의 교재로 만들어 판매하면서 기초적인 연역 추론을 훈련하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후 독일의 위닝 무브즈(Winning Moves) 회사를 통해 본격적으로 '보드게임'으로 개발되는 과정에서 조커 타일이 추가되어, 좀 더 게임다운 가벼움을 더한 것이라고 보입니다. 저작권의 문제로 가켄 사의 츠메아루고(詰めアルゴ)의 내용을 모두 올릴 수는 없겠지만, 교육 관련 콘텐츠로 가끔 이 게임이 다시 언급될 때 여러 가지 문제들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사람들이 보드게임에 관심을 가지는 것을 매우 환영합니다. 하지만, 하나의 게임에만 꽂혀 나머지 다른 다양한 게임들을 놓치고 가게 되는 것은 늘 두려운 일입니다. 다 빈치 코드는 소거법의 튜토리얼이자 '머리를 쓰는'(혹은 이미 게이머의 기질이 있다면 '머리를 쓰는 척하게 해 주는') 보드게임이지만, 다 빈치 코드가 자신의 취향이 아니라고 해서 모든 보드게임을 싫어하게 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FPS 게임 한두 판 해보고 '나는 어지러워서 컴퓨터 게임을 못 하겠어'라고 말하는 사람한테 언제든 눈과 머리가 편한 다른 게임들을 추천해 줄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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