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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게임: 명작 탐구

올해의 게임, GOTY와 SDJ

by RE: 아날로그 2022. 9. 18.

매년 출시되는 수많은 게임 중에, 전자오락을 넘어서 사람들의 칭송을 받는 작품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른바 '갓-게임'이라 부르며 게임의 오락성 외에도 스토리를 높게 평가하거나 게임에 내포된 메시지를 받아들입니다. '올해의 게임'이라는 의미에서 그 해의 가장 뛰어난 게임을 'GOTY (Game of the Year)'라고 부르는데, GOTY는 하나의 협회에서 인증하는 이름은 아닙니다. 다양한 위원회가 각자만의 심사위원으로 게임을 평가해 GOTY를 발표하기에,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지언정 '정말로 많은 사람이 올해에 이 게임을 좋아했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는 지표가 됩니다.

 

다만 GOTY를 심사하는 플랫폼이나 위원회가 다소 많기에, '권위를 인정받은 하나의 심사위원회가 있는 게 아니라면 GOTY는 마케팅 상술에 불과하다'라는 부정적인 의견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언젠가 사람들이 전반적으로 신뢰하는 협회의 이미지가 굳어지고, 게임업계에 대한 시선이 나아지면 나아질수록, 게임과 관련된 시상식도 힘을 받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때 불량인쇄물 취급을 받던 만화도 예술의 경지를 인정받는 것처럼, 그리고 각 지역의 시상식이 각자만의 관점으로 그 권위를 인정받는 영화계처럼 말이지요.

 

SDJ의 메인 로고. 지금은 세 분야로 시상한다.

 

보드게임도 '올해의 게임'이 매년 선정됩니다! 독일어로 직역하여 'Spiel des Jahres(올해의 게임)'라고 하며, 줄여서 흔히들 SDJ라는 약어로 사용합니다. 보드게임 문화의 진흥을 위해 SDJ 협회가 1979년 설립되었고, 그 해부터 지금까지도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독일어 문화권에 해당하는 세 국가)의 심사위원들이 모여 전문성대중성을 겸비한 작품을 선정해오고 있습니다.

 

이후 '독일의 게임상(Deutscher Spiele Preis, DSP)'이라든가 '국제 게이머상(International Gamers Award, IGA)'과 같은 상들이 등장했지만, 세 개의 게임상 중에서도 SDJ가 가장 대중한테 설득력 있다는 이야기를 듣곤 합니다. 게임의 난이도에 따라 매니아들이 좋아하는 헤비 볼륨의 게임과 일반인들이 무난하게 즐기는 라이트 볼륨의 게임이 존재하는데, SDJ는 전문성'만큼이나' 대중성을 심사하기 때문에 보드게임에 입문하려는 사람들이 SDJ를 접하여 게임을 배워도 난이도에 대한 부담 없이 잘 정제된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이후에 2001년부터 올해의 어린이 게임상(Kinderspiel des Jahres)을 추천 후보에서 정식 상으로 승격하고, 2011년부터 올해의 전문가 게임상(Kennerspiel des Jahres)을 신설해 난이도가 너무 낮거나 높은 게임에 대한 시상 기회를 주고 있습니다.

 

올해 2022년 SDJ는 디자이너 랜디 플린 씨의 캐스캐디아(Cascadia)가 수상했다.

 

보드게임을 그래도 어느 정도 해보셨다면 이미 SDJ를 수상한 게임을 해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루미큐브(1980년 수상), 스코틀랜드 야드(1983, 1984년 수상), 카탄의 개척자(1995년 수상), 카르카손(2001년 수상), 티켓 투 라이드(2004년 수상), 도미니언(2009년 수상)과 같이, 보드게임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다면 한 번쯤 마주쳤을 이름 중에 제법 많은 게임이 SDJ를 수상한 바가 있습니다. 비록 SDJ 수상작이라 하더라도 매니아들 입장에서 난이도가 너무 쉬워 BGG에서의 평가가 박한 경우도 있다지만, 일반인에게도 충분히 몰입감 있고 게이머들한테도 충분히 전략적인 선택지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사람들이 지금까지도 믿는 상입니다. Stewart Woods가 집필한 Eurogames(현대 보드게임 디자인과 그 문화를 다룬 책)에 의하면, 실제로 초판 물량이 500에서 3,000부로 생산된 보드게임이 SDJ를 수상한 이후 최소 10,000부 이상으로 판매량이 늘어나며, SDJ 수상작의 단일 판매량이 전 세계적으로 3천만 부 이상을 자랑한 기록이 있기도 합니다.

 

게임 리뷰에 있어서는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역대 SDJ 수상작에 대해 리뷰를 해보는 것은 여러모로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가장 이견이 없을 '고전 명작'의 기준 중 하나이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대중성을 겸비하였기에 '보드게임이란 이런 것이다'를 입문자한테 거부감 없이 소개하기도 좋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새 카테고리인 '명작 탐구'를 생성했지만, SDJ와 DSP, IGA의 수상작을 모두 리뷰한 이후에는 게이머들의 많은 인기를 받았던 다른 게임들도 하나둘씩 다루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따금 생각날 때마다, 매장에 있는 SDJ 수상작을 포함해 다양하게 게임을 탐구해보는 포스팅을 올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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