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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게임 카페 200% 즐기기!

by RE: 아날로그 2021. 8. 11.

세상은 넓고 놀 거리는 많아서!

  

길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어느덧 VR 게임룸, 플레이펍, 실내 스포츠 테마파크, 락볼링장 등 다양한 놀이문화공간들이 존재합니다. 그 중, 90년대 말부터 지금까지 제법 긴 역사를 지닌 보드게임 카페 문화도 있지요.

 

보드게임 카페가 대중화된 것 같지만, 여전히 진입장벽이 존재합니다. 게다가, 친구 중에 보드게임을 어느 정도 아는 사람마저 없다면 발길은 더욱 머뭇거리게 됩니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보드게임 카페에서 흔히들 궁금해할 만한 질문들을 모아 하나둘씩 해결해보겠습니다.

 

 


 

진짜 아무것도 모르는데 괜찮은가요?

 

보드게임 카페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대중적인 (많이 플레이하는) 보드게임의 규칙을 어지간하면 알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보드게임 카페 근무자들에게 "보드게임 혹시 추천해주실 수 있나요?"라고 물어보세요. 망설임 없이 '어떤 종류의 보드게임을 찾으시나요?' 혹은 '어떤 보드게임까지 해보셨나요?' 등 좀 더 나은 추천을 위해 몇 가지 이야기를 듣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입니다. , 그렇다면 여러분의 성향에 맞는 게임을 찾기 위해 어떤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을까요?

 

 

1) 게임의 구성요소보다는, 이기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로 물어보세요!

 

다소 어렵게 들리시겠지만, 생각보다 난해한 내용은 아닙니다. 여러분이 만약 '할리갈리 같은 게임을 추천해주세요!'라고 했다면, 직원은 대개 ', 순발력을 요구하는 게임을 원하시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리고 꺼내오는 게임은 [유령 대소동]이나 [크레이지 타임], [도블] 등일 것입니다. 여러분이 만약 '클루같은 게임을 추천해주세요!'라고 했다면, 직원은 대개 '추리력, 혹은 정통 추론(소거법, deduction) 게임을 원하시는구나'라고 생각하며 [셜록 13]이나 [. 아이.] [디크립토] 등을 추천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여러분이 장르의 이름을 굳이 외우실 필요는 없습니다. 디덕션이라는 장르를 몰라도 괜찮습니다. 대신, 게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붙을수록, 더 원하는 게임을 찾기 쉽습니다. 세련된 표현이 아니더라도, 떠오르는 대로 알려주시면 좋습니다.

 

예시)

머리 쓰는 게임 있나요? → 4명이 즐길 수 있는 전략 게임 있나요? 마치 전쟁하듯이요. 장기같은 게임이요!

재미있는 거 추천해주세요! →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 없이 빵빵 터질 수 있는, 말 많이 하는 게임 있나요?

돈 버는 게임 있나요? → (예전에 보난자를 해본 적이 있는데,) 카드를 모아서 돈을 버는 다른 게임이 있나요?

 

위의 예시도 비교적 보드게임을 해본 사람의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이긴 합니다. 허나, 더 쉽게 생각하려면 PC 환경을 떠올리시면 됩니다. FPS 장르처럼 PC 환경에서만 적용 가능한 장르가 아니라면, PC게임과 보드게임의 장르 구분은 크게 다른 것도 아닙니다. RPG나 전쟁, 경영, 주식, 농사, 영토싸움, 길 찾기, 문명 등의 장르까지! (물론, 처음부터 게임 난이도를 너무 어려운 것으로 시작해 쩔쩔매는 경우도 있으니, 직원의 추천을 받아 쉬운 게임부터 하나둘씩 즐겨보시길 바랍니다.)

 

2) 억지로 하나의 보드게임을 오랫동안 플레이할 필요는 없습니다!

 

직원으로부터 보드게임 규칙 설명을 다 들었습니다. 친구들 혹은 연인과 함께 게임을 플레이하는데, 한 판을 끝내고 나니 다시 한 판을 하고 싶을 만큼 매력적으로 다가오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기껏 열심히 설명해준 직원의 정성이 생각나, 일단은 몇 판을 더 반복 진행해보기로 합니다.

 

절대 억지로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플레이타임이 짧은 보드게임이라면, 대개는 게임의 규칙을 설명하는 시간이 5분도 채 안 걸리는 게임들일 것입니다. 게임을 해보고 기대치가 낮았다면, 당연히 새로운 게임을 즐기는 것이 맞습니다. 다만, 보드게임 카페 입장에서 보통 우려하는 경우는 다음과 같은 상황입니다.

 

판타지 게임을 해보고 싶어서 책장에 꽂혀있는 [메이지 나이트]를 설명해달라고 한 손님. (대부분은) 알바생은 규칙을 모를 정도로 진입장벽이 있는 게임이라 카페 매니저 혹은 사장님이 직접 설명에 나섰습니다. 규칙 설명이 20, 30분을 넘어가고... 약 한 시간쯤 지나 설명이 끝났지만, 손님은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나지막이 이야기를 꺼냅니다. '너무 어렵다, 다른 게임으로 바꿔주세요.'

 

실제로는 위 상황과 같은 일까지는 잘 일어나지 않습니다. 책장에 꽂혀있는 [메이지 나이트]를 설명해달라고 요청할 때부터 직원이 플레이타임이나 규칙 설명 시간, 난이도 등을 설명하며 다른 게임을 대신 추천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만약 요청한 손님이 이미 다른 어려운 보드게임을 많이 접해본 매니아라면, 미리 [메이지 나이트]의 규칙을 숙지해서 카페를 방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규칙 설명을 듣는 시간도 이용 시간에 포함되니까, 스스로 룰북을 읽으면 한 시간 가까운 설명을 굳이 카페에서 듣지 않아도 되거든요!

 

이런 극단적 상황을 제외한다면, 보드게임 카페는 당연히 다양한 보드게임을 접할 수 있는 장소여야 합니다. 자기한테 맞는, 또는 같이 놀러 온 사람들과 성격이 맞는 보드게임들을 많이 찾을수록 보드게임에 대한 관심과 보드게임 카페의 이용률 상승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보드게임 카페에서 조심해야 할 매너가 있을까요?

 

다른 놀이문화에 비해 보드게임이 생소하다 보니, 지금까지도 사람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한 포인트들이 있습니다. 보드게임 문화가 널리 퍼지는 것을 원하지만, 그와 동시에 '건전한' 보드게임 문화가 널리 퍼지는 것을 원하기에 이에 대해 몇 가지 적어보겠습니다.

 

 

1) 보드게임 카페의 분위기가 매번 달라요!

 

손님이 똑같이 붐비더라도, 어떤 날은 왁자지껄 시끄러울 때가 있고 또 어떤 날은 비교적 차분하고 조용한 경우가 있습니다. [할리갈리] [텀블링 몽키], [흔들흔들 해적선] 같은 게임이 많이 돌아가고 있으면, 여기저기 종이 울리고 비명과 감탄과 웃음소리가 터져 나옵니다. [스플랜더] [로스트 시티], [테라포밍 마스] 같은 게임이 많이 돌아가고 있으면, 모두 진지한 표정으로 게임판을 바라보며 고심하곤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보드게임을 즐기는 태도로 위 두 경우 중 어느 쪽도 잘못된 것은 없습니다. 파티 분위기처럼 빵빵 터지고 신나는 게임도 있는가 하면, 턴마다 치열한 계산을 하고 전략을 짜느라 심각하게 즐기는 게임도 있습니다. 장르가 다양한 게임들이 '보드게임'이라는 카테고리로 묶이다 보니 온도 차이가 다소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이 점을 유념하셔서, 온도 차이에서 발생할 수도 있는 갈등을 다소 부드럽게 서로 넘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파티 게임을 즐기시는 테이블은 불필요하게 종을 연타하거나 과도한 동작으로 다른 테이블에 폐를 끼치지 않을 선에서 신나게 즐겨주시면 좋고, 전략 게임을 즐기시는 테이블도 다른 테이블에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와도 관대하게 넘어가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모두가 즐기는 보드게임 카페니까요!

 

2) 모두가 이용하는 보드게임을 아껴주세요!

 

보드게임 카페에 준비된 게임들을 보면, 유독 카드 테두리가 손때를 타 까맣고 카드가 전체적으로 휘어있는 경우를 보셨을 것입니다. 물론, 보드게임 카페 측에서 상태가 안 좋은 보드게임은 주기적으로 교체해서 새로운 게임을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카페 자체 노력으로 카드에 프로텍터(카드 전용 비닐)를 씌우거나 코팅을 해서 카드의 수명을 가능한 한 늘리기도 합니다.

 

그래도 기왕이면, 종이로 만들어진 카드는 너무 세게 쥐면서 플레이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아무리 프로텍터가 씌워진 카드여도 악력에 의해 변형되면, 단순히 유지보수의 문제가 아니라 게임 플레이 자체에 영향을 주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특정 카드가 어떻게 구겨져 있는지를 알게 되면, 공정한 게임이 되지 못하고 구겨진 카드에 대한 정보를 악용해 비정상적인 플레이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할리갈리]에서 바나나 다섯 개짜리 카드가 살짝 구겨져 있다고 생각해봅시다. 구겨진 카드 차례가 오면 카드를 보고 종을 치는 것이 아니라, 카드가 공개되기도 전에 바로 종을 치려고 할 것입니다. 이러한 예시를 넘어서 만약 카드 한 장 한 장이 중요한 정보를 담고 있는 게임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게임에서 즐겨야 할 경험이 오염되는 것입니다.

 

보드게임 카페의 입장에서는 이렇게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게임 플레이 특성상 자주 구겨지고 망가질 수밖에 없는 보드게임들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사기꾼 나방] (다른 이름으로는 [나방 속이기], [Mogel Motte])이 있는데, 카드를 테이블 밖으로 숨기는 게 핵심이다 보니 카드가 바닥에서 밟히고 의자 다리에 찍히고 찢어지는 일이 허다합니다. 이러한 '소모성 보드게임'은 애초에 손실을 각오하고 프로텍터를 씌우지 않고 서비스하다가, 게임이 수명을 다하면 새 게임으로 바로바로 바꿔 넣는 경우도 있습니다. 보드게임 카페를 운영하는 사람의 성향에 따라서는, 이보다 좀 더 폭넓은 카드 게임에 대해 '소모성 보드게임'으로 간주하고 의도적으로 프로텍터/코팅을 하지 않기도 합니다.

 

3) 음료수 내기나 밥 내기는 괜찮지만... 돈은 걸지 마세요!

 

보드게임 카페를 이용하다 보면, ', 이번 판 진 사람이 커피/밥 사는 거다!'라면서 내기를 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승자에 대한 보상, 혹은 패자에 대한 벌칙을 주어 승패에 좀 더 짜릿함을 안겨주기 위한 장치입니다. 과한 보상/벌칙을 걸어 서로 기분을 상하지 않게끔 건전한 선을 지킨다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허나, 보드게임 카페에 와서 '혹시 트럼프/화투 카드 있어요?'라고 간혹 찾으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것도 카페마다 운영 지침에 차이는 있겠지만, 트럼프/화투 카드를 제공하지 않는 쪽이 조금 더 많을 것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만에 하나 돈을 걸고 도박으로 즐기는 사람이 생기는 일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서입니다. 실제로 보드게임 카페라는 업종은 지난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불법 도박장'으로 변질한 곳과 얽혀 오명을 받은 적도 숱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트럼프/화투 카드를 제공하는 보드게임 카페라면, 부디 '도박'의 목적이 아닌 '게임'으로만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확률에 현물(판돈)이 걸리는 게임은 도박이며, 기획재정부나 문화체육관광부가 공식 승인한 종목(경마, 강원, 체육복표사업(스포츠토토, 프로토) )을 제외한 모든 도박은 불법이라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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