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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포드와 빠른 말

by RE: 아날로그 2021. 6. 13.

 

헨리 포드는 세계 최고의 혁신가 중 한 사람으로 비즈니스 관련 키워드에서 자주 언급되는 이름입니다. 그리고 포드가 실제로 이 말을 했는지는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지만, 포드의 명언으로 알려진 하나의 문구가 있습니다.

 

만약 고객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물었다면 그들은 조금 더 빠른 말(마차)이라고 답했을 것이다.

 

내연기관을 이용해 땅 위를 달리기 전까지 사람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빠른 교통수단은 보통 말을 타거나, 말의 힘을 이용한 마차였을 것입니다. 말보다 한참 무거운 고철 덩어리가 연기를 뿜으며 길 위를 달리는 모습은 두 눈으로 보기 전까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광경이겠죠. 포드의 명언은 여러 가지로 해석이 되지만, 그 모든 해석을 관통하는 한 가지 의미는 '원하는 것(아는 것)과 표현하는 것은 별개다'입니다.

 

사람들이 말과 마차를 찾는 이유는, 말이 그만큼 빨라서가 아니라 당시 사람들이 알고 있던 가장 빠른 교통수단이기 때문입니다. 즉,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빠른 교통수단' 그 자체인 것이므로, 혁신을 이끌어내는 사람은 여기서 말이 아닌 새로운 수단을 발명하거나 발견하여 세상에 선보입니다. 문제에 대한 최선의 해답을 찾는 것은 개발자 또는 경영자의 중요한 과제이며, 디자인 사고를 통해 회사와 고객 사이의 격차를 해소해야 합니다.

 

그런데... 게임 이야기를 하기 전에 왜 이런 이야기를 꺼냈냐고요? 이런 디자인사고는 게임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이따금씩 '아, 재미있는 게임 없나?'라고 이야기를 하면, 재미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워낙 다양해서 추천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많은 고민을 해야 할 것입니다. 손과 두뇌를 쉴새없이 이용해 상대방을 압박하는 실시간 전략게임(RTS)을 좋아하는 사람도, 긴장감과 감각적인 대응을 요구하는 1인칭 슈팅게임(FPS)을 좋아하는 사람도, 팀원과의 협동을 통해 다대다 싸움에서 승리를 쟁취하는 다중사용자 온라인 배틀아레나(MOBA)를 좋아하는 사람도 본질은 같습니다 - 게임을 통해 각자만의 재미를 추구한다는 것입니다. 즉, 재미있는 게임을 찾는 사람의 말 속에서 '숨은 동기'를 찾는 것이 게임 개발자의 목표입니다.

 

 

여러모로 COVID-19이 가져온 파장을 사회 곳곳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났고, 모든 것이 훨씬 빠르게 비대면·온라인화되었습니다. 이러한 파장의 흐름을 읽고 흥행을 거둔 게임이 있습니다. 2020년 하반기에 '어몽 어스(Among Us)'와 '폴 가이즈(Fall Guys)'가 수많은 스트리머와 유저를 매혹시켰는데, 둘 다 수많은 사람들이 한 공간 안에서 게임을 즐긴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물론 MMORPG 장르처럼 이미 수많은 유저들이 동시접속하는 게임들도 있지만, 이 두 게임이 주는 감성은 RPG와는 다릅니다. 한판한판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캐쥬얼함도 있지만, 얼굴 한 번 본적 없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마치 놀이터에서 왁자지껄 놀고 가는 분위기를 제공해줍니다. 사람이 그리울 수 밖에 없는 요즘 풍경에 어울리는 온라인의 새로운 정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더 나아가, 같은 디자인사고를 요구하는 분야임에도 제가 이야기를 꺼낸 두 예시인 자동차와 게임은 큰 차이점을 두고 있습니다. 게임은 특히, 자동차를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들과 다르게, 사람들이 스스로도 '재미를 원한다'는 사실을 명확히 자각하고, 능동적으로 새로운 장르나 경험을 제공해줄 수 있는 게임을 찾아본다는 점입니다. 내연기관을 떠올리지 못하고 빠른 말을 찾는 고객이 아닌, 모든 상상이 허용되는 세계관을 자유롭게 떠올리며 자신의 재미 포인트를 만족시켜줄 게임을 찾는 고객들이 있습니다.

 

다행히도 사람들은 스스로 어떤 요소에 재미를 느끼는지를 적극적으로 의견으로 제시합니다. 사람들이 특정 장르의 게임에 충성 고객이 되는 것도 이러한 맥락해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게임을 개발하고 만드는 사람이라면, 참신한 방식으로 재미를 '전달'할 방법을 찾아야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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